
이들은 성명을 통해 “주민소환제 청구 취지 및 이유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검증 없이 추진될 수 있고, 소환 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아 단순한 정책 반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제도가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또 “주민소환제도가 단순한 정책 반대나 주민 갈등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오·남용 되지 않게, 위법행위나 직권 남용 등 구체적 사유가 있어야 청구가 가능하도록 청구 요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예치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더불어 “무분별한 주민소환청구로 인해 낭비된 혈세를 배상(?)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2008헌마355)가 유사 사건을 다룬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에서 “주민소환은 대표자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으로서 그 속성은 재선거와 다를 바 없으므로 선거와 마찬가지로 그 사유를 묻지 않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전원재판부의 결정에 반하는 주장입니다.
헌재는 판결에서 “청구사유를 제한하는 경우 그 해당여부를 사법기관에서 심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고 적정한지 의문이고, 이 경우 절차가 지연됨으로써 조기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 할 수 있으므로 법이 주민소환의 청구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고도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다만, 청구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주민소환제가 남용될 소지는 있으나, 법에서 그 남용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지방자치의 경험과 연륜이 축적되면서 시민의식 또한 따라서 성장하여 이러한 남용의 위험성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행정안전부장관 역시 “주민소환은 주민이 주권자로서 공직자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정치행위이므로 특정한 청구사유를 요하지 않는다.” 며 “이는 해당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특정자격을 정하지 않고 후보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배곧초고압선 설치와 관련해 주민들의 반대가 극에 달했고, 해당 지역구 시의원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기에 애쓰는 등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행동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청구라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억울함은 이해갑니다. (관련기사▶시흥 배곧 초고압선 논란, 주민소환으로 확산)
하지만, 이 일이 주민소환으로 이어졌다는 이유로 위법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여 청구하라거나, 검증하라고 제한 한다면, 주민소환제도가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선출직 공직자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로 변질 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민주주의의 꽃중에 꽃인 선거와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을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민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행안부 장관의 의견과 같이 선거에서 그의 출신이 어떻든, 그가 전과자이든, 병이 있든, 특정자격을 정하지 않고 후보자를 선출하는 정치 행위와 마찬가지로 주민소환도 이에 대한 청구 사유를 제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주민소환제도가 정착된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독일과 일본은 청구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미국의 경우도 대부분의 주에서 청구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참고바랍니다.
더욱이 현재 논의 중인 국민소환제 역시 오히려 소환의 기준을 더 낮추고 시민의 권리를 더 보호하는 쪽으로 발전적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입법기관인 시의원들이 이를 낭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중해야함을 당부합니다.
시민들에게 재신임을 받든, 못 받든, 이 역시 민주주의 체제를 사는 정치인의 몫입니다.
[아래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붙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