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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편집실에서] 주거취약 37.6%, 시흥 정치가 외면한 민낯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시흥은 오랫동안 ‘지도 위’에서만 성장했다. 택지가 조성되고 건물이 올라가며 도시의 외형은 화려해졌지만, 그 안을 채운 서민들의 신음은 되레 깊어졌다. (관련기사: [르포] 시흥시 10가구 중 4가구는 ‘주거취약’ 상태… 식비·냉난방까지 줄이는 일상)

정치인들이 청사진을 그리며 ‘수천 억’ 단위 숫자를 논할 때, 누군가는 ‘천 원’ 단위 식비를 깎아 월세를 메워야 했다. 

시흥시 주거실태조사가 내놓은 37.6%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시흥 가구 10곳 중 4곳이 생존을 담보로 집세를 감당하고 있다는 절규다. 냉난방을 포기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해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등 떠미는 일상이 반복되는 동안, 정치는 과연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곰팡이 핀 벽지와 눅눅한 반지하의 공포는 단 한 번도 선거의 중심 의제가 되지 못했는가. 왜 정치는 시민의 ‘방 안’이 아닌 도시의 ‘바깥 풍경’에만 집착해왔는가. 

개발이 곧 행복이라는 오만한 믿음이 시민의 일상을 갉아먹는 동안, 정치는 조감도 위에 선을 긋는 데만 몰두했다. 시 정부 역시 약한 고리에 놓인 서민 예산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무 자르듯 잘라내기 일쑤였다.

특히 정치인들이 주거취약 상태가 심각한 정왕본동의 ‘전국 최저 투표율’을 두고 주민의 무관심을 탓하는 것은 비겁하다. 그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정치적 체념’이다. 

내 표가 내 방의 습기를 제거하지 못하고, 내 아이의 공부방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온 이들이 보낸 가장 뼈아픈 경고다. 정치가 그들을 외면했기에, 그들도 정치를 놓아버린 것이다.

정치는 이제 골목으로, 반지하로, 창문 없는 원룸으로 들어가야 한다. 도시를 얼마나 키웠느냐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얼마나 덜 춥게 만들었느냐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개발의 말은 이미 넘쳐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식어가 거세된, 지독히도 평범하고 절박한 ‘삶의 언어’다. 정치가 시민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화려한 청사진 대신 서민의 젖은 눈동자와 눈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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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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