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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뷰] 화가 김순겸, "지키는 것이 실력이다"

[시흥타임즈=문화예술전문기자 박경애] “지키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는 한 우물 안에서 깊이를 내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절제되어 있지만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그의 그림처럼 절제된 말속에서 예술과 예술가를 향한 풍부한 애정이 느껴지는 화가 김순겸을 만났다. 

    

유난히 파란하늘이 가을의 시작을 알려주듯 청명했던 지난 9월29일 Cafe 연 갤러리에서 화가 김순겸의 18회 개인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시흥시 문화예술발전지원 공모사업의 일환인 개인예술지원에 선정되어 진행하는 전시회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속에서 별도의 오픈행사 없이 소박하게 진행되었다. 카페 2층에 마련된 전시장은 오롯이 작품과 작가를 마주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오랜만에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을 하며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순겸씨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하며 편안해 보였다.


지난 2000년 교직을 떠나 전업미술가로 삶을 살겠다고 선포를 한 후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니 소속이 없어 불안한 마음에 한국미술협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2013년에는 시흥시 미술협회 회장까지 하게 되었는데 당시를 회고해 보면 협회가 다소 왜소해 보이고 약하게 느껴졌다. 전문가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매입비나 출품료가 없이 봉사와 희생만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보였다. 


시흥시 미술협회 회장이 된 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작품 매입비를 만들고 현재는 예총사업이 된 아트캔버스, 창작지원금 등 정책적인 아이디어와 제안을 통해 예술가로서 정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또한 협회를 단순히 보조금을 받는 단체로 바라보는 시각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예술지원금은 그 형식이 보조금사업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으로 보아 행정이 할 수 없는 전문적인 분야를 대신 해주는 위탁사업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득했다. 

 

“행정의 특성을 이해는 하나 형식이 보조금사업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죠. 행정에서 할 수 없는 분야를 대신해 주는 것이니 위탁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도 자각을 가져야 해요. 소극적으로 스스로 을이 되어서 얼마라도 주면 감사하지 라는 태도는 그건 안 돼요. 몇억을 주더라도 그건 우리 그건 우리를 위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것이고 우리는 대행을 해 준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스스로도 공부가 잘 안되어 있죠”


이어서 그는 현재 정책적으로 생활문화예술과 전문문화예술 영역의 구분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로 인해 예술가들이 겪고 있는 이중고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요? 우리는 실기분야인데 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론적인 부분은 그쪽의 전문가나 평론가가 하고, 정책을 만들고 기획을 해주고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또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별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지원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상위기관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그게 재단이라고 보는 거죠“

 

오랫동안 지역예술을 바라봐온 안타까움과 절실함이 묻어있는 말들을 쏟아놓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진짜 뼛속까지 예술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이란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높은 경지에 이르도록 기술을 숙련하려면 얼마나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일까? 시대가 요구하는 모토인 “모두가 예술가” 라는 타이틀은 수십 년을 갈고닦은 찐 예술가들을 무색하게 하는 손쉬운 말장난일 수 있다.


언젠가부터 김순겸의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방짜유기는 장모님이 쓰시던 놋그릇에 묻어있는 흔적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놋그릇의 소박함과 금빛 유채꽃 형상의 화려함이 절묘하게 조화된 그림을 감상하며 한편 항상 같은 그림을 그리시는 것 지루하지 않으세요? 라고 농담조로 던진 질문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엄청 힘들지요. 갈등도 많고요 이거 완전 도를 닦는 거예요. 풍경그림은 쓱쓱 그리면 기분 좋아요. 그런데 이건 과학적이고 수학이거든 도력이 없으면 못해요. 천직이니까 하지요. 풍경도 그려보고 싶고 그렇지만 외도를 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를 억누르고 이걸 지켜야한다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구요. 지금은 변할 생각이 없어요.


"지키는 게 실력이라고 봐요. 젊을 때는 다양한 실험도 하고 스펙도 쌓고 하지만 본격적으로 작업할 때는 변하지 말고 한 우물 안에서 깊이를 내리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화가에게 자기만의 울타리 안에서 스펙 쌓고 노력해서 잘 그리고 성장하는 것은 무슨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 기본이며 정말 중요한 것은 관리라고 말했다. 


“기본이 끝나면 관리를 해야 해요. 젊을 때 그림을 너무 팔아서 시장에 너무 많이 싸게 돌아다니게 되죠. 그게 사실 작가의 잘못은 아닐 수 있지만 사회는 또 용납을 안 해요. 청년 때부터 이걸 알고 관리를 해야 해요.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요”


인터뷰의 마지막을 예술을 하는 후배 예술가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한 번 더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사랑을 읽었다. 장인의 마음으로 우리를 기억너머 저편에 있던 아득한 그리움으로 이끌어주는 이 그림을 지키는 일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한편 김순겸 화가의 18회 개인전은 기억너머그리움이라는 주제로 이달 19일까지  Cafe 연 갤러리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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